작년부터 저 스스로가 엄청 많이 달라졌다는 생각을 종종 하는데. 그에 비해 제 주변은 모든 게 똑같다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었어요. 특히 사람들을 만나도 매번 비슷한 얘기를 하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사람들이 안 좋아졌다는 게 아니라, 이야기가 반복된다고 느끼는 스스로의 작은 그릇과 확장되지 않는 삶에 싫증이 났습니다.
좋아하는 일 좋아하는 옷 좋아하는 취미 좋아하는 운동은 죄다 바뀌었는데 환경과 주위 사람들이 너무 똑같다고 느껴졌어요. 벗어나고 싶은데 무엇에서 벗어나야 할지 잘 모르겠었구요.
다들 이런 시기를 겪나요? 저는 처음이라서 당황스러웠어요. 맘에 안 들고 힘든 시기는 있었지만 인생만큼은 늘 재밌었는데... 스스로의 인생을 정말 애정한다고 자부하기도 했고요. 그래서 그런지 여행같이 훌쩍 떠나는 방법, 환경을 바꾸는 방법이 아니라, 조금 다른 방식으로 풀고 싶었어요. 정면돌파 하고 싶달까..
주변 지인들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인생 노잼 시기인데, 뭘 하며 극복해야 할까요?"
제가 받은 답은 세 가지였습니다.
새로운 사람 만나기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공원 가기
웹툰/드라마 정주행하기
그래서 조언받은 걸 죄다 해보기로 했습니다. 이번 호 레터는 이번 3월, '인생 노잼 시기'를 극복하고자 고군분투했던 저의 여정 일부를 다룹니다. 레터 주기를 한 달로 바꾸니 시간을 길게 담을 수 있어 좋네요!
원데이클래스와 소모임 등록하기: 새로운 사람이 최고야! 짜릿해!
회사분에게 "문토"라는 소셜링 어플을 추천받았어요. 저는 이 글을 쓰는 지금, 이번 주 주말에 1회성 소셜링을 신청했습니다. 같이 모여서 얘기도 나누고 만들기도 하는 활동이었어요. 소수인원으로 진행되기에 더욱 부담이 적었고요. 그리고 1회성이 아닌 같은 취향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모임(클럽) 제도도 있는데, 저는 전시를 보러 다니는 모임을 선택했습니다. 4월에는 클럽 멤버들만 참여할 수 있는 소셜링을 열 생각이에요. :ㅇ 생각만 해도 너무 신나!
모임에 가서 처음 보는 사람들과 얘기를 나눴습니다. 직업도 다양하고 하는 일도 다양했어요. 이야기를 들으며 차츰 정말 오랜만에 활기가 돌더라고요. 저는 확실히 사람을 만나야 에너지가 생기는, 굉장히 관계지향적인 사람인 것 같아요. 특히 생각지 못했던 얘기와 서로가 소통하는 다채로운 방식을 보고 듣고, 사람들의 생각을 마음에 새기는 과정은 지루했던 일상을 영감으로 가득 채워주었어요. 그날 갔다 와서 넘 에너지가 넘친 덕에 계속 미뤄뒀던 집안일까지 마쳤습니다.
이상한 사람(?)이 있거나 제가 이상한 사람이 될까 봐 걱정도 조금 하고 나갔는데. 생각보다 너무 재밌어서 다음 소셜링에도 참여해볼 예정이에요.
내가 좋아하는 걸 충분히 존중하며 살고 있나요?
제가 소셜링 끝나고 왜 이렇게 재밌었을까 생각해봤는데요. 저는 사실 제 취향, 취미를 통해 친구를 사귄 적이 없었다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ㅠㅠㅠ)
왜 그랬을까요? 저는 제가 좋아하는 것을 충분히 존중하며 살지 않았던 것 같아요. 혼자 즐기면 충분하다고 생각했고, 남과 취향을 나누는 즐거움이 있으리라곤 생각지 못했습니다. 무엇보다 늘 내가 좋아하는 것보다 더 나은 무언가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니까 다른 사람들의 취향이 더 멋진 것, 더 옳은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저라는 세계가 그렇게 넓지는 않다고 정의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제 취향은 뭐랄까 좀 지루하고, 너무 진지하다는 느낌? 그렇기에'내가 좋아하는 것'을 남과 나눌 자신이 없었던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작년부터 조금씩 이런 태도가 달라지기 시작했어요. 내가 좋아하는 걸 진정으로 사랑하고, 진정 존중하는 태도가 스스로에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라는 세계, 나라는 사람의 취향을 스스로가 외면했던 것 같은데. 이제부터는 나라는 세계를 저만큼은, 조금 더 존중하고 싶고, 조금 더 열렬해지고 싶습니다.
제목에서도 그렇고 인문학적인 메시지도 도출할 수 있는 흥미로운 책이지만요. 저는 과학책 모임에 나갔다가 들은 말이 인상깊어 공유합니다.
"과학책의 문학적이고 인문학적 의미를 찾으면 즐거울 것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어쨌든 과학책의 제1조건은 정확성입니다.
과학책은 진실과 정보를 전달하는 책입니다."
이 책은 과학의 시선으로 봤을 때 굉장히 흥미로운 책입니다. 우리가 언제나 몰두하고 골돌히 고민하는 '자아'라는 것이 사실은 존재하지 않거든요. 과학적으로는 말이죠. 뇌에는 '자아'라는 라벨링을 두고 따로 정보를 처리하는 기관이나 신경망 따위는 없습니다. 쉽게 말해서 뇌는 들어오는 정보를 외따로 '자아'라고 인식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책에도 나오지만 자아는 어떻게 보면 무게중심과 같은, '물리학적/기능적 실체를 사후적으로 도출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그 물체에 실제로 내재되어 있다고는 보기 힘든' 개념입니다. 그러니까 자아란 사후적이면서도 동시적입니다. 그것이 존재하지 않고 인간의 사후적 해석으로 생겨난 개념이란 점에서 사후적이고, 또한 생물학적 작용을 통해 지금 이 순간에도 여러분의 기억, 행동, 정서 등을 통해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동시적인 것이죠.
너무나 근본적이고 익숙한 것을 '과학'의 시선에서 생각할 때 생경해지는 지점이 있는 듯해요. 과학이 특별해서라기보다는 '과학'이라는 이름에서 우리가 이미 '다르게 생각하기, 기존의 지식과 분리되기'를 결심하고 문제에 접근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레터의 부록은 이 정도로 갈음하지요.